한겨울 설악산은 순백의 눈꽃으로 뒤덮여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광경을 선사합니다. 특히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권금성에서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산행은 겨울 설악산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코스입니다. 오늘은 제가 지난 1월 초에 다녀온 설악산 겨울 산행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산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 필수 준비물부터 등산 코스, 주의사항까지 자세히 공유해드리겠습니다.
1. 설악산 겨울 산행, 철저한 준비가 필수
겨울 설악산 등반은 여름과는 차원이 다른 준비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보온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기본적인 등산복 위에 고어텍스 재질의 자켓과 바지는 필수이며, 보온을 위한 내복과 기능성 양말도 꼭 챙겨야 합니다. 특히 아이젠과 스틱은 겨울 산행의 생명줄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준비한 필수품 목록을 공유드립니다: 고어텍스 등산화, 아이젠, 등산스틱, 방한모자, 넥워머, 고어텍스 장갑, 예비장갑, 헤드랜턴, 비상식량(초콜릿, 견과류), 보온병에 담은 따뜻한 음료, 핫팩 여러 개, 응급처치 키트. 여기에 더해 겨울산행 특성상 일조시간이 짧으므로 헤드랜턴은 예비 배터리와 함께 필수로 챙겨야 합니다.
방수 기능이 있는 배낭도 필수품입니다. 눈이 녹아 장비가 젖으면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겨울 산행에서는 일반 등산화가 아닌 방한용 등산화를 신어야 합니다. 일반 등산화는 쉽게 얼어버려 발가락 동상의 위험이 있습니다. 무전기나 위치추적기도 있다면 더욱 안전한 산행이 가능합니다. 특히 기상 변화가 심한 겨울철에는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에 대비해 여분의 방한 용품을 더 챙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2. 케이블카에서 권금성까지, 설악산과의 첫 만남
소공원 매표소에서 시작되는 케이블카는 설악산으로 가는 첫 관문입니다. 아침 일찍 도착했음에도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줄을 서 있었죠. 케이블카는 약 5분 간 운행되며, 탑승 중에 보이는 설악산의 전경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눈 덮인 계곡과 능선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권금성에 도착하면 잠시 전망대에서 쉬어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동해바다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저희가 방문한 날은 옅은 안개가 끼어 아쉽게도 바다는 보지 못했습니다. 권금성에서 중청대피소까지는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이 구간에서 특히 아이젠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빙판길이 많아 아이젠 없이는 진행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죠.
이 구간에서 특히 주의할 점은 바람입니다. 케이블카가 운행을 중단하는 주된 이유가 강풍인데, 바람이 초속 10m 이상이면 운행이 중단됩니다. 따라서 산행 전날 기상 상황을 꼭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권금성에 도착하면 성곽 유적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고려 시대에 축조된 이 성은 겨울철 설경과 어우러져 독특한 운치를 자아냅니다. 특히 성곽 위에서 바라보는 설악산의 전경은 놓치기 아까운 포인트입니다.
3. 대청봉을 향한 고도의 산행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는 설악산 겨울 산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 구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날씨와 체력에 따라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중청대피소를 출발하면서부터 수목대가 줄어들고, 눈꽃으로 뒤덮인 나무들이 환상적인 설경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맑은 날씨에는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설악산의 전경이 일품입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이 거세지고 기온도 뚝 떨어져서 방한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저희는 중간중간 핫팩을 교체하고, 보온병의 따뜻한 차를 마시며 체온 유지에 집중했습니다. 대청봉 정상에 도착하면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질만큼 웅장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날씨가 좋으면 동해와 설악산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대청봉으로 가는 길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많아 눈에 덮여 있을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겨울철에는 이 바위들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발을 헛디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상 부근에서는 강풍으로 인한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정상 도착 30분 전부터는 보온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특히 귀와 손가락, 발가락 보호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동상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하산을 고려해야 합니다. 대청봉 정상에서는 가능한 한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4. 결론
설악산 겨울 산행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눈꽃으로 뒤덮인 나무들, 하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행, 정상에서 마주하는 웅장한 설악산의 모습은 겨울 산행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다만, 안전을 위해 철저한 준비와 체력 안배는 필수입니다. 가능하다면 산행 경험이 많은 동행과 함께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일기예보를 꼭 확인하시고,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과감하게 일정을 미루시기 바랍니다. 설악산의 겨울 산행은 준비한 만큼 더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